[취업 Insight] 8월 1주차 제약바이오 뉴스클리핑 20선 및 상위 1% 해석 (팟캐스트 포함)
1. [기술수출] 알테오젠, 글로벌 제약사와 최대 5219억원 규모 ALT-B4 SC제형 기술수출 계약 (출처: 한국경제)
■ 요약·분석
알테오젠이 8월 5일 글로벌 제약사 한 곳과 자사 핵심 기술 ALT-B4를 써서 바이오의약품 1개 품목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피하주사 제형은 병원에 앉아 몇 시간씩 맞아야 하던 정맥주사를 배나 허벅지에 몇 분 만에 놓는 주사로 바꾸는 방식인데요. 정맥주사는 혈관을 확보하고 수액을 매단 뒤 정해진 속도로 천천히 흘려보내야 해서 간호 인력이 곁에 붙어 있어야 하고, 병원은 그 시간만큼 의자 하나를 내줘야 합니다. 반나절을 통째로 비워야 하던 환자의 하루가 동네 의원에 잠깐 들르는 일정으로 줄어드는 변화인 셈이죠. ALT-B4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그러니까 피부 밑 조직을 잠시 느슨하게 풀어 많은 양의 약물이 한 번에 퍼지도록 돕는 효소를 재조합해 만든 물질입니다.
피부 아래를 촘촘한 그물로 본다면 이 효소는 그물코를 잠깐 넓혀 주는 열쇠에 가깝습니다. 그물코가 넓어진 사이 약물이 흩어지고 나면 조직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몸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잠깐 길만 터 주는 방식이라 여러 약에 같은 원리를 그대로 옮겨 붙일 수 있는데, 이 점이 기술의 힘이자 사업 모델의 출발점입니다. 회사는 이를 하이브로자임이라는 플랫폼으로 묶어 여러 제약사에 품목 단위로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 전체를 한 번에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약 하나에만 쓸 권리를 주는 방식이라, 같은 기술을 열 번 스무 번 되빌려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마일스톤, 즉 개발과 허가와 판매 단계마다 목표를 채울 때 나눠 받는 성과 대가를 모두 더해 최대 3억6500만달러이고, 공시 환율 1달러당 1429.90원을 적용하면 약 5219억원입니다.
선급금은 계약 효력일로부터 30일 안에 들어오도록 정해졌습니다. 지급 시점을 못 박아 두는 조항은 계약이 서명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현금 이동으로 이어지도록 묶어 두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계약 상대와 대상 품목은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오리지널사가 제형 전환 전략을 경쟁사에 미리 흘리지 않으려는 관행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제형을 바꾸는 개발도 임상을 새로 거쳐야 해서 몇 해가 걸리는데, 그사이 경쟁사가 같은 준비를 시작하면 애써 벌어 둔 시간이 사라지거든요. 로슈가 2010년대 들어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 혈액암 치료제 맙테라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내놓으며 특허 만료 이후의 자리를 지켜 낸 일을 떠올리면, 이런 계획이 왜 마지막까지 감춰지는지 짐작이 갑니다.
올해만 1월 GSK 자회사 테사로, 3월 바이오젠에 이은 세 번째 계약이며, 이로써 누적 기술수출 규모가 처음으로 12조원 선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마일스톤은 계약서에 적힌 단계별 관문을 실제로 통과해야 지급되므로 총액이 그대로 매출로 잡히지는 않습니다. 12조원이라는 숫자도 곳간에 들어온 돈이 아니라 조건이 다 맞았을 때의 상한선에 가깝습니다. 품목마다 계약을 따로 맺는 구조여서 파트너가 늘수록 계약 건수와 잠재 로열티가 함께 쌓이고요. 한 파트너의 개발이 중간에 멈춰도 나머지 계약은 그대로 살아 있으니 위험이 한곳에 몰리지 않습니다. 자기 이름을 단 신약을 허가받지 않고도 한 해에 세 번씩 같은 기술을 되파는 구조가 어떻게 성립하는지가 진짜 볼 대목입니다.
■ 인사이트 | 약이 아니라 '주사 놓는 방식'을 파는 회사
신약 하나를 맨 처음부터 만들어 파는 일은 성공 확률이 낮은 도박에 가깝습니다. 임상에 들어간 후보물질 가운데 마지막 관문까지 살아남는 비율은 아주 낮은 수준이고, 그사이 들어가는 돈과 시간은 회사의 명운을 걸 만큼 큽니다. 알테오젠은 그 판에 직접 들어가는 대신 이미 검증을 마친 약의 투여 방식을 바꿔주는 자리에 섰습니다. 금을 캐는 사람들 옆에서 곡괭이를 파는 자리라고 보면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 자리의 값어치는 두 군데서 나옵니다. 하나는 효용입니다.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꾸면 환자는 병원에 묶이는 시간이 줄고, 보험자는 인퓨전 센터에 나가던 비용을 아끼며, 제약사는 간호 인력이 모자란 지역까지 판매망을 넓힐 수 있습니다.
한 번 맞는 데 서너 시간이 걸리는 약을 몇 주 간격으로 계속 맞아야 한다면 환자는 한 해에 여러 날을 통째로 병원에서 보내는 셈인데, 그 시간을 돌려주는 일이 곧 제품의 값어치가 됩니다. 미국처럼 투여 행위에 따로 청구서가 붙는 나라에서는 이 차이가 보험자의 지출표에 그대로 찍힙니다. 다른 하나는 수명 연장입니다. 물질특허가 끝나가는 블록버스터라도 제형특허를 새로 덧붙이면 제품의 삶을 몇 년 더 늘릴 수 있거든요. 특허가 풀리는 순간 매출이 절벽처럼 떨어지는 일을 겪어 본 오리지널사에게 이 몇 년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즉 피하주사 전환은 공격이 아니라 방어 무기입니다.
그동안 이 시장은 미국 할로자임의 기술이 사실상 혼자 쥐고 있었는데, 두 번째 공급자가 계약을 반복해서 따내면서 구매자인 글로벌 제약사의 협상력이 올라갔습니다. 공급자가 하나뿐일 때와 둘일 때 견적서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은 어느 산업이나 같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비용의 주인도 바뀝니다. 간호 인력이 붙어야 하던 투여가 자가주사로 넘어가면 의료 서비스에 얹히던 돈이 제품 가격 쪽으로 옮겨가고, 같은 치료비 안에서 제약사가 가져가는 몫이 커집니다. 그래서 유리해지는 쪽은 알테오젠과 피하주사 완제를 채워 넣는 위탁생산사, 오토인젝터 같은 자가주사 기기 부품사입니다.
약을 집에서 스스로 놓게 되면 바늘 길이와 밀어 넣는 힘, 보관 온도까지 새로 설계해야 하니 기기 쪽 일감이 함께 늘어납니다. 반대로 압박받는 쪽은 단독 공급자 지위를 누리던 할로자임과 외래 주사실 매출에 기대던 병원이고요. 주사실은 의자와 인력을 갖춰 두고 시간을 팔던 공간이라, 환자가 집에서 주사를 놓기 시작하면 그 공간의 쓰임이 줄어듭니다. 투여 자체가 하나의 수입원이던 곳에서는 제품이 편해질수록 매출이 빠지는 역설이 생기는 셈이죠. 또 하나의 파급은 매출 구조입니다. 품목 단위 라이선스가 쌓이면 플랫폼 보유사는 고객 한 곳에 매출이 묶이지 않는 분산 효과를 얻고, 앞선 계약이 다음 협상의 기준선 노릇을 합니다.
앞에서 받아 낸 조건이 뒤 계약의 바닥이 되니 시간이 갈수록 협상이 수월해지는 구조죠. 계약이 한 건씩 늘 때마다 기술의 값어치를 스스로 증명할 필요가 줄어드는 것도 덤입니다. 경쟁의 축도 물질 성능에서 특허 방어력과 공급 안정성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효소를 만드는 기술이 비슷해도 남의 특허를 피해 갈 수 있느냐, 그리고 여러 파트너의 물량을 끊김 없이 댈 수 있느냐가 계약의 성사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 취업 TIP | 총액 5219억원과 선급금은 완전히 다른 돈입니다
이 계약을 자소서나 면접에서 꺼낼 때 가장 자주 무너지는 지점이 숫자를 통째로 읽는 습관입니다. 최대 3억6500만달러, 약 5219억원은 모든 조건이 다 맞아떨어졌을 때의 총액이고, 지금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계약 효력일로부터 30일 안에 받는 선급금뿐입니다. 선급금은 업프론트라 부르며 되돌려줄 의무가 없는 계약금이고, 마일스톤은 임상 진입, 허가 신청, 허가 획득, 매출 구간 도달처럼 조건이 걸린 미래의 돈이죠. 마일스톤도 개발 단계에서 받는 것과 판매가 일정 규모를 넘겼을 때 받는 것으로 갈리는데, 뒤쪽은 제품이 실제로 잘 팔려야 열리는 문이라 성격이 또 다릅니다.
여기에 상업화 이후 매출의 일정 비율로 따로 받는 로열티가 붙습니다. 선급금이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확정되는 돈이라면 로열티는 제품이 팔리는 동안 계속 들어오는 돈이라, 회사의 살림에서 맡는 역할이 아예 다릅니다. 파트너가 개발을 중간에 접으면 남은 마일스톤은 사라진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두면 좋습니다. 나쁜 예를 하나 보겠습니다. "5219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소식을 보며 국내 바이오의 저력을 느꼈습니다"라고 쓰면 뉴스 제목을 옮겨 적은 문장이 됩니다. 좋은 예는 이렇습니다. "총액 3억6500만달러 가운데 지금 확정된 현금은 30일 안에 들어오는 선급금이고 나머지는 단계별 조건부 대가라는 점에서, 저는 이 계약을 한 번의 성과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회수 일정으로 읽었습니다."
뒤 문장은 검색으로 채울 수 없는 내용이라 읽는 사람이 곧바로 알아봅니다. 하나 더 갈라둘 개념이 플랫폼 딜과 물질 딜입니다. 물질 딜은 후보물질 하나를 통째로 넘기는 것이라 한 번 팔면 끝이지만, 플랫폼 딜은 기술 사용권을 품목 단위로 빌려주는 것이라 같은 기술로 계약을 계속 쌓을 수 있습니다. 독점과 비독점의 차이도 알아둬야 합니다. 특정 성분이나 특정 적응증에만 독점을 주면 회사는 다른 품목을 또 팔 수 있거든요. 계약서에서 독점의 범위를 어떻게 좁혀 놓았는지가 다음 계약의 여지를 정하는 셈입니다. 면접 문답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회사에 얼마가 들어온다고 보십니까"라는 물음에 "지금 확정된 금액은 선급금이고, 나머지는 파트너의 개발 진도에 따라 몇 해에 걸쳐 나뉘어 들어옵니다"라고 답하면 첫 문장에서 다른 지원자와 갈립니다.
당장 할 일은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이번 계약 공시 원문을 열어 총액, 선급금, 마일스톤 조건, 계약 상대 비공개 사유를 항목별로 문장으로 옮겨 적어보는 것입니다. 원화 환산에 쓰인 환율이 어디에 적혀 있는지까지 확인하면 숫자를 읽는 눈이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다음 최근 국내 기술수출 서너 건을 같은 항목으로 정리해 두면 계약을 총액이 아니라 현금 흐름으로 설명하는 답이 나옵니다. 정리해 보면 총액은 비슷한데 선급금 비중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그 표 한 장이 사업개발과 IR, 그리고 기술이전 담당 직무의 지원 서류에서 그대로 근거가 됩니다.
계약을 다루는 자리는 결국 조건을 읽고 견주는 일이 하루의 대부분이니까요. 오늘 계약서에 나오는 용어 열 개를 우리말로 옮겨 적어 두면 어떤 기술수출 뉴스가 나와도 같은 틀로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