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Insight] 9월 1주차 에너지화학 뉴스클리핑 20선 및 상위 1% 해석 (팟캐스트 포함)
1. [석유화학] H&L어드밴스드 출범…대산 NCC 110만t 감축 본격화 (출처: 아시아경제)
요약·분석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하나로 묶은 통합법인 H&L어드밴스드가 9월 1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지분을 각각 50%씩 나눠 갖는 구조여서, 한쪽이 다른 쪽을 사들이는 인수합병이 아니라 두 회사가 설비를 한 바구니에 담아 함께 덜어내기로 한 동거에 가깝습니다. 정부가 승인한 사업재편 계획에 따라 앞으로 3년간 롯데케미칼 대산 NCC 110만t의 가동을 멈추고, 범용 제품 비중을 낮춰 고부가 중심으로 제품 구성을 다시 짜게 되죠. NCC는 나프타분해설비를 뜻하는데요,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800도가 넘는 열로 쪼개 에틸렌과 프로필렌 같은 기초유분을 만드는 석유화학의 심장부입니다.
대형 NCC 한 기가 한 해에 뽑아내는 에틸렌이 보통 수십만t 수준이니, 110만t이면 큰 설비 두어 기를 통째로 세우는 무게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심장부를 스스로 멈추겠다는 결정이 나온 배경에는 중국이 자국 안에 NCC를 대규모로 늘리면서 한국이 팔던 범용 제품의 자리를 직접 채워버린 흐름이 있습니다. 한동안 한국 석유화학의 가장 큰 고객이 중국이었는데, 그 고객이 스스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팔 곳이 사라진 것이죠. 여기에 중동이 값싼 에탄을 원료로 쓰는 설비를 앞세우면서, 비싼 나프타를 사와 쪼개는 한국 설비는 원가 사다리의 맨 아래 칸으로 밀려났고요. 에탄은 가스전에서 나온 원료를 그대로 쪼개 에틸렌만 골라 뽑는 방식이라 값이 싼 반면,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얻는 중간 제품이어서 유가가 오르면 원료비가 곧바로 따라 오릅니다.
같은 에틸렌 1t을 만들어도 출발선이 다른 셈입니다. 범용 제품 비중을 낮춘다는 말도 짚어둘 필요가 있는데요. 범용은 폴리에틸렌처럼 어디서 만들어도 성질이 비슷해 값으로만 겨루는 물건이고, 고부가는 용도에 맞게 성질을 손봐 값을 따로 매기는 물건입니다. 통합법인이 맡은 일은 감축 하나만도 아닙니다. 두 회사가 따로 굴리던 구매와 물류, 정비를 한 살림으로 합치면 남기는 라인의 가동률을 서로 맞춰 돌릴 수 있고, 같은 원료를 두 번 사들이던 낭비도 사라지죠. 정부 승인이라는 조건 역시 중요합니다. 사업재편 특별법을 적용받으면 기업결합 심사와 세제, 고용 유지 지원에서 절차가 빨라지는데, 감축을 민간 자율에만 맡기면 아무도 먼저 손을 들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설비가 한 단지 안에 붙어 있던 점도 통합을 도왔습니다. 대산은 정유와 화학 설비가 배관으로 이어져 한 회사의 부산물이 옆 회사의 원료가 되는 곳이라, 라인 하나를 세우려면 이웃 공장의 물질 흐름까지 함께 계산해야 하거든요. 비슷한 장면은 2010년 무렵 일본에서도 있었습니다. 이데미쓰코산과 미쓰이화학이 지바 지역 에틸렌 설비를 함께 운영하기로 하면서 겹치는 라인을 정리한 전례가 있죠.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 1호 통합법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이고, 여수와 울산에서 이어질 후속 재편이 이 사례를 기준점으로 삼게 됩니다. 설비를 덜어내는 결정이 곧바로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까요.
감축이 끝나는 3년 뒤 대산이 어떤 모습일지는 지금 그려둔 제품 구성표에 달려 있습니다. 세우는 계획보다 남기는 계획이 더 어려운 일이죠. 남는 회사들은 무엇으로 먹고살지가 다음 질문입니다.
인사이트 | 설비를 줄여야 살아남는다는 역설, 왜 지금인가
공급과잉 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은 새 설비를 짓는 것이 아니라 멀쩡히 돌아가는 설비를 세우는 일입니다. H&L어드밴스드가 의미 있는 이유는 두 회사가 각자 알아서 줄이는 대신, 지분을 반씩 나눈 법인 안으로 설비를 밀어 넣고 나서 어느 라인을 세울지 정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죠. 각자 줄이면 먼저 세운 쪽만 손해를 보고 버틴 쪽이 과실을 가져가는 눈치 싸움이 벌어집니다. 이 눈치 싸움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메모리 반도체가 보여준 적이 있는데요, 2000년대 후반 아무도 먼저 감산하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가장 약한 곳이 무너졌고 2009년 독일 키몬다가 파산하며 판이 정리됐습니다.
한 지붕 아래 설비를 모아두면 감축의 고통과 회복의 열매를 함께 나누게 되니, 그 파국을 미리 계약서로 막아둔 셈입니다. 제도가 붙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죠. 정부가 절차를 앞당겨 주면 두 회사는 상대가 약속을 지킬지 의심하며 기다릴 이유가 줄어듭니다. 여기서 핵심 성공요인도 옮겨갑니다. 예전에는 얼마나 큰 설비를 얼마나 오래 돌리느냐가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라인을 언제 접을지 결정할 수 있는 힘이 경쟁력입니다. 설비를 늘리는 결정은 돈만 있으면 되지만 접는 결정은 협력사와 고객사, 지역까지 함께 설득해야 하니 훨씬 무거운 일이거든요. 구조적 원인은 원가 사다리에 있습니다.
중동의 에탄 기반 설비와 중국의 석탄 기반 설비가 아래를 받치고 있는 한, 나프타를 사와 쪼개는 한국 설비는 업황이 좋을 때만 잠깐 마진을 보는 자리로 밀려나죠. 사다리 위쪽에 서 있으면 값이 조금만 내려가도 가장 먼저 적자로 돌아섭니다. 그래서 이번 재편에서 유리해지는 쪽은 정유 공정과 화학 공정을 한 부지에 붙여 원료를 싸게 대는 통합형 사업자, 그리고 범용 대신 스페셜티와 촉매, 전지 소재로 매출 축을 옮겨둔 회사입니다. 담장 하나만 넘으면 원료가 배관으로 넘어오는 구조는 그 자체가 물류비와 재고 부담을 덜어주는 자산이거든요. 반대로 압박을 받는 쪽은 NCC 한 축에 매출 대부분을 걸어둔 단일 설비 사업자와 대산 단지에 납품하던 중소 협력사, 물류와 정비 업체고요.
물량이 빠지면 이들의 고정비 부담이 먼저 드러납니다. 대산 한 곳에 매출을 걸어둔 회사라면 물량이 3년에 걸쳐 빠지는 동안 새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 숙제까지 함께 받게 되죠. 2차 파급도 있습니다. 단지 안에서 스팀과 용수, 질소 같은 유틸리티를 나눠 쓰던 회사들은 한 라인이 멈추면 남은 쪽이 그 몫을 더 부담하게 되므로, 감축은 살아남는 회사에도 비용 숙제를 안깁니다. 여기에는 조건도 붙습니다. 한국이 설비를 세워도 중국과 중동이 새 설비를 계속 돌리면 세계 공급은 줄지 않으니, 감축의 효과는 국내 가격보다 세계 시황에 더 크게 매여 있습니다. 짚어둘 점은 감축이 3년에 걸쳐 진행된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에 세우면 고객사 공급이 끊기고 인력 재배치도 어려우니, 물량을 서서히 줄이며 고부가 라인으로 옮겨 태울 시간을 벌겠다는 설계입니다. 이 시간표를 지키는지가 여수와 울산 재편의 속도를 정하죠. 결국 이 3년이 한국 석유화학의 시험대입니다. 즉 이번 통합은 몸집을 키우는 성장 전략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손익분기점을 끌어내리는 방어 전략이라는 의미입니다.
취업 TIP | 대산 통합이 어느 사업부 이야기인지부터 찍어야 합니다
이 뉴스를 자소서에 쓰려는 지원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석유화학 전체가 어렵다는 문장으로 뭉뚱그리는 것입니다. 먼저 밸류체인 위에 좌표를 찍어야 하는데요. 위에서부터 원유 정제, 나프타 생산, NCC를 통한 기초유분 생산,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같은 범용 합성수지 중합, 그 아래 컴파운딩과 스페셜티 소재, 마지막이 가공과 판매입니다. 이번 감축은 세 번째 칸인 NCC와 네 번째 칸인 범용 수지에 집중되죠. 즉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부문과 HD현대케미칼 올레핀 라인이 직접 대상이고, LG화학 첨단소재,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와 NB라텍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같은 산업이지만 다른 칸에 서 있습니다.
지원할 때는 채용 공고의 사업부 이름을 이 좌표 위에 올려놓고 봐야 합니다. 문장으로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한데요. 나쁜 예는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맞은 지금,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며 성장하고 싶습니다"처럼 좌표가 없는 문장입니다. 좋은 예는 "대산에서 멈추는 라인은 범용 수지 쪽이지만 제가 지원한 부문은 그 아래 칸인 컴파운딩 소재이고, 국내 에틸렌 공급이 줄면 이 부문의 원료비가 먼저 움직인다고 봤습니다"처럼 칸을 짚은 문장이죠. 한 문장에 회사의 위치와 지원자의 이해가 함께 들어갑니다. 면접에서도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대산 감축이 우리 회사 손익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우리 회사는 대산에 설비가 없지만 국내 에틸렌 공급이 줄면 유통 가격이 오르고 그것을 사서 쓰는 컴파운딩 원가가 따라 오른다는 식으로 두 칸 건너 영향까지 짚어야 합니다.
반대로 감축이 우리에게 기회냐고 물으면 남는 설비의 가동률이 올라가는 쪽과 원료를 사서 쓰는 쪽을 나눠 답하시면 됩니다. 직무별로 강조할 지점도 다릅니다. 공정이라면 남기는 라인의 수율과 에너지 사용량을, 연구개발이라면 범용 수지를 고부가 등급으로 올리는 촉매와 배합을, 영업이라면 공급이 줄어드는 구간에서 고객사 물량을 어떻게 다시 배분할지를 이야깃거리로 잡으면 됩니다. 준비 액션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지원 회사 사업보고서에서 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 표를 찾아 범용과 고부가의 비중을 숫자로 적어두세요. 둘째, 대산과 여수, 울산 단지에 각 회사가 어떤 설비를 갖고 있는지 지도처럼 정리해 어느 공장으로 배치될지 그려보세요.
셋째, 왜 이 사업부인지 묻는 질문에 감축 대상 칸이 아니라 그 위아래 칸에서 회사가 무엇을 키우는지로 답할 문장을 만들어 두세요. 넷째, 정부 사업재편 승인 기업 목록을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에서 찾아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공고를 볼 때는 사업부 이름 옆의 근무지도 함께 보시고요. 같은 회사라도 대산과 여수, 울산 가운데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다루는 설비와 제품이 달라집니다. 지분을 반씩 나눈 합작 법인은 두 모회사의 합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되는 구조라 조직 운영이나 인사 제도를 묻는 질문도 나올 수 있으니, 통합법인이라는 형태 자체를 한 번 공부해 두시면 좋습니다.
산업 전체를 말하기 전에 회사 한 곳을 끝까지 파는 편이 낫습니다. 면접 직전에는 감축 물량 110만t과 3년이라는 기간, 지분 50%라는 세 숫자만이라도 정확히 외워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