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Insight] 9월 1주차 제약바이오 뉴스클리핑 20선 및 상위 1% 해석 (팟캐스트 포함)
1. [기술수출] K바이오 올해 기술수출 21조원 돌파…'30조 시대' 기대감 (출처: 머니투데이)
요약·분석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집계를 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맺은 기술수출 계약은 모두 13건이고, 이 가운데 금액을 공개한 11건을 더하면 21조6637억원입니다. 나머지 두 건은 금액을 밝히지 않았으니 이 숫자마저도 산업의 전부를 담고 있지는 않죠. 기술수출은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권리를 해외 기업에 넘기고 선급금과 마일스톤, 로열티를 나눠 받는 계약을 말하는데요. 마일스톤은 임상 단계를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조건부로 들어오는 돈이고, 로열티는 제품이 팔린 뒤 매출의 일정 비율로 받는 몫입니다. 계약금을 조금 받고 나머지는 공사가 진행되는 단계마다 나눠 받기로 한 거래에 가깝다고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그래서 발표 자료에 찍히는 금액은 모든 관문을 통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이지, 도장을 찍는 날 입금되는 돈이 아닙니다. 올해 명단에는 알테오젠과 한미약품, 오스코텍, 큐라클, 네오이뮨텍, 올릭스, 아리바이오, 맵틱스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중 아리바이오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이 중국 푸싱제약과 맺은 최대 47억달러, 약 7조원 규모 계약이 올해 단일 최대 건이죠. 알츠하이머는 오랫동안 후보물질이 줄줄이 주저앉아 온 영역이라 계약 하나에 붙는 기대와 불확실성이 함께 큰 자리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계약의 선급금은 900억원으로 총액의 1퍼센트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이 크지 않고, 지난해 연간 공개액 27조6598억원과 견주면 올해 규모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매출 1조원을 넘긴 국내 제약사가 아직 손에 꼽히는 현실을 생각하면 21조원은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숫자처럼 보이는데, 정작 총액은 뒷걸음쳤다는 뜻입니다. 숫자가 커 보이는 이유와 줄어든 이유가 사실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후기 임상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워 이른 단계에서 권리를 넘기는 흐름이 올해도 이어졌고, 대형 딜 한두 건의 유무가 연간 총액을 통째로 흔들기 때문이죠.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얀센, 베링거인겔하임을 상대로 대형 계약을 잇달아 맺으며 그해 기록을 혼자 끌어올렸던 장면이 이 구조를 잘 보여 줍니다. 한 회사의 결정 몇 건이 나라 전체의 성적표가 되는 지표라면, 그 지표가 오르내리는 폭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집계에 잡히는 건 어디까지나 공개된 계약이라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계약 분야가 항암과 대사질환, 안과, 신경질환으로 흩어진 점은 사 가는 쪽의 관심이 한 곳에 갇혀 있지 않다는 신호입니다. 최대 딜의 상대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데, 미국과 유럽 기업만 사 가던 그림에서 한 칸 옮겨 갔으니까요. 협회가 30조 시대를 말하는 근거도 건수보다 대형 딜 한 건의 성사 여부에 걸려 있습니다. 선급금 비중이 낮은 계약이 많을수록 총액과 실제 현금 사이의 거리는 더 벌어지고요. 로열티는 더 멉니다.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해야 열리는 몫이라, 오늘 도장을 찍은 계약의 로열티가 첫 입금되는 시점은 십 년 뒤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지표를 읽을 때는 총액과 시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21조6637억원 가운데 실제로 회사 통장에 들어온 돈은 얼마이고, 나머지에는 어떤 조건이 붙어 있을까요.
인사이트 | 21조라는 총액, 통장에 꽂힌 돈은 얼마일까
기술수출 계약 금액은 선급금과 마일스톤, 로열티를 모두 더한 최대치이고, 이 가운데 조건 없이 확정되는 돈은 선급금뿐입니다. 아리바이오 계약에서 총액 약 7조원에 선급금 900억원이라는 구성이 이 판의 평균 모습을 보여 주는데요. 나머지는 임상 진입과 허가, 매출 달성이라는 관문을 하나씩 통과해야 순차로 들어옵니다. 사 가는 쪽 입장에서 보면 앞돈은 물질을 살펴볼 권리를 사 두는 값에 가깝고, 본격적인 지불은 그 물질이 쓸모를 증명한 뒤로 미뤄 둔 셈이죠. 이런 구조가 굳어진 이유는 국내 바이오텍의 자금 체력에 있습니다. 3상 한 건에 수천억원이 드는데 그 돈을 자체 조달하기 어려우니 2상 언저리에서 파는 선택을 하고, 물질을 사 가는 글로벌 기업은 앞돈만 치른 뒤 실패 위험을 조건부로 뒤에 미뤄 둡니다.
위험을 파는 쪽이 아니라 사는 쪽이 시간표를 쥔다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발굴과 초기 임상을 맡는 앞단 공장 자리에 굳어질 위험을 안게 되고요. 실제로 2015년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 넘겼던 폐암 신약 올무티닙은 이듬해 권리가 되돌아왔고, 그 순간 발표 때 적혀 있던 총액은 장부에서 사라졌습니다. 권리가 돌아오면 회사는 처음부터 다시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그사이 몇 년이 지나 경쟁 약이 앞서 나가면 같은 물질의 값어치도 달라집니다. 반대 방향의 사례도 있습니다. 2018년 유한양행이 얀센에 넘긴 폐암 신약은 단계를 밟아 가며 마일스톤이 실제로 열렸고, 몇 해 뒤 미국 허가까지 닿으면서 계약서에 적힌 뒷돈이 숫자가 아니라 현금이 되는 길을 보여 주었죠.
유리해지는 쪽은 플랫폼을 가진 회사입니다. 같은 링커나 지속형 기술을 여러 파트너에 반복해 붙이면 계약 하나가 끝나도 로열티가 겹겹이 쌓이고, 파트너 수가 늘수록 성공 확률도 합산되기 때문입니다. 알테오젠이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 주는 효소 기술 하나로 여러 글로벌 기업과 계약을 이어 온 방식이 이 유형에 가깝고요. 계약 열 건이 각각 다른 파트너, 다른 적응증으로 굴러가면 그중 한둘만 끝까지 가도 회사는 버팁니다. 반대로 파이프라인 하나에 회사 명운을 건 곳은 한 번 팔고 나면 다음 카드가 없어 협상 테이블에서 밀리고, 도입사가 우선순위를 낮추면 권리 반환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맞습니다.
실험 인력만 두고 물질을 만드는 조직과, 계약을 관리하며 파트너의 진도를 따라가는 조직은 필요한 사람도 다릅니다. 국내 기업 사이에서도 선이 갈리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총액 기록을 세우는 회사와 해마다 로열티가 들어오는 회사는 3년 뒤 손익 구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로열티는 대개 판매액의 몇 퍼센트 수준에서 정해지는데, 제품이 연 1조원어치 팔린다면 그 몇 퍼센트만으로도 중소 바이오텍의 한 해 연구비를 덮고 남습니다. 한 번 열리면 계약이 살아 있는 동안 해마다 들어온다는 점이 마일스톤과 다른 대목이고, 그래서 로열티가 흐르는 회사는 다음 연구비를 남의 돈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대기 시작하죠.
사 가는 쪽에서도 앞돈이 낮은 계약이 늘수록 후보물질을 여러 개 사 두고 골라 쓰는 전략이 쉬워집니다. 그래서 이 산업의 성공 요인은 얼마나 비싸게 파느냐에서 얼마나 오래 돈이 흐르도록 계약을 설계하느냐로 옮겨 갔습니다.
취업 TIP | 21조를 매출로 읽으면 서류에서 걸러집니다
이 구조를 모르고 숫자만 인용하면 지원서가 바로 얕아집니다. 해마다 기술수출 21조 시대에 함께하고 싶다는 문장이 쏟아지는데, 면접관이 보는 건 총액과 실제 유입액을 구분하는가입니다. 나쁜 예를 하나 볼까요. "국내 기술수출 21조원 시대를 이끄는 귀사에서 세계로 뻗어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쓰면 읽는 사람은 첫 줄에서 손을 놓습니다. 반면 "귀사의 최근 계약은 총액 대비 선급금 비중이 낮은 대신 개발 마일스톤이 촘촘히 걸려 있어, 임상 2상 진입 시점이 현금흐름의 분기점이 된다고 이해했습니다"라고 쓰면 같은 소재로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기죠. 세 가지를 바로잡고 가야 합니다.
첫째, 계약 총액은 회계상 매출이 아닙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계약 시점에 수익으로 잡히지만 마일스톤은 조건을 채운 분기에만 인식합니다. 그래서 대형 계약을 맺은 다음 분기 손익계산서가 생각보다 조용한 경우가 흔하죠. 둘째, 마일스톤도 개발 마일스톤과 상업화 마일스톤이 다릅니다. 앞의 것은 임상 통과로 열리고 뒤의 것은 매출 규모로 열리므로 후자는 십 년 뒤 이야기일 수 있고요. 셋째, 도입한 기업이 개발을 접으면 권리가 되돌아오고 총액은 그대로 사라집니다. 이 세 가지만 구분해도 지원서의 첫 문단이 달라집니다. 넷째로 덧붙이면, 기술수출 건수가 늘었다고 채용이 함께 늘지도 않습니다.
계약을 따내는 조직은 소수의 사업개발 인력이고, 사람이 크게 필요해지는 시점은 그 뒤 임상과 생산 단계니까요. 여기에 하나 더 붙이면 좋습니다. 기술수출을 회사의 실력으로만 읽는 것도 반쪽짜리 해석입니다. 후기 임상을 감당할 자금이 없어 파는 경우와 전략적으로 파트너를 고른 경우는 같은 계약처럼 보여도 성격이 다르니, 지원 회사가 어느 쪽인지 자기 판단을 갖고 있어야 대화가 깊어집니다. 준비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지원할 회사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서 기술이전 계약 주석을 찾아 선급금, 이미 받은 마일스톤, 남은 조건을 표로 옮겨 적어 보기. 알테오젠과 한미약품의 계약 공시 원문을 각각 한 건씩 읽고 총액 대비 선급금 비율을 손으로 계산해 두기.
면접 직전에는 지원 회사가 최근 3년간 맺은 계약의 도입사 이름과 현재 임상 단계까지 외워 두면 좋습니다. 도입사가 어떤 회사이고 그 회사 파이프라인에서 몇 번째 순위인지 아는 지원자는 의외로 드물거든요. 공시를 처음 열면 용어가 낯설어 막히는데, 계약 상대와 대상 물질, 계약 기간, 총액, 반환 조건이 어디에 적혀 있는지만 익히면 두 번째 건부터는 십 분이면 읽힙니다. 실제 면접에서 우리 회사 기술수출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총액은 7조원이지만 확정된 현금은 선급금이고, 도입사가 이 물질을 자사 항암 파이프라인에서 어느 순위에 두는지가 다음 마일스톤 시점을 정한다고 봅니다"처럼 답하면 됩니다.
바로 이어서 그 판단이 왜 중요한지 한 문장을 붙이면 답변이 닫힙니다. 도입사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순간 임상이 멈추고, 멈춘 임상은 몇 년 뒤 권리 반환으로 이어지니까요. 여기까지 말할 수 있으면 총액을 외운 지원자와는 다른 자리에 서게 됩니다. 그 표 한 장이 그대로 지원서 한 문단이 되고, 면접 답변의 뼈대까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