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Insight] 8월 4주차 패션뷰티 뉴스클리핑 20선 및 상위 1% 해석 (팟캐스트 포함)
1. [뷰티/디바이스] 에이피알, 상반기 영업익서 아모레·LG생건 추월…EBD로 메디컬 에스테틱 확장 (출처: 뉴스핌)
요약·분석
에이피알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 3428억원을 올리며 아모레퍼시픽의 2440억원과 LG생활건강의 2106억원을 한꺼번에 넘어섰습니다. 화장품 업계에서 수십 년간 굳어 있던 서열이 반기 만에 뒤집힌 셈이죠.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합쳐도 4546억원이니, 후발 주자 한 곳이 오랜 양강의 이익 합계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림이 만들어졌습니다. 2분기만 떼어 보면 연결 매출 7675억원, 영업이익 1906억원으로 각각 134.2%, 134.5% 늘었습니다. 매출과 이익이 거의 같은 속도로 뛰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인데요. 몸집이 커지는 동안 이익률이 눌리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회사가 두 배로 커질 때는 인력과 물류, 광고비가 함께 불어나 이익률이 주저앉기 쉬운데 그 자국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장의 축은 유럽이었습니다. 상반기 유럽 매출이 전년 대비 363% 뛴 2289억원을 기록해 상반기 전체 매출의 17%가량을 채웠고, 회사는 연간 유럽 목표를 5000억원으로 올려 잡았습니다. 상반기에 이미 목표의 절반 가까이를 채워 둔 상태라, 남은 반년에 대한 자신감이 담긴 숫자로 읽힙니다. 유럽은 그동안 K뷰티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늦게 문을 두드리던 시장이라 이 속도는 이례적입니다. 미용기기 하나로 출발한 회사가 화장품 대기업의 이익 규모를 앞지른 배경에는 집에서 쓰는 홈 뷰티 디바이스와 그 기기에 물려 쓰는 전용 젤, 앰플을 한 묶음으로 파는 구조가 있습니다.
기기가 한 번 팔리면 소모품이 반복 구매로 따라붙는 방식이죠. 기기값을 한 번 받고 끝나는 장사가 아니라 젤과 앰플이 매달 장바구니에 담기는 구조라, 고객 한 명이 남기는 매출이 시간이 갈수록 쌓입니다. 2010년대 후반만 해도 가정용 미용기기는 홈쇼핑 편성표 한편에 놓인 틈새 상품에 가까웠는데, 그 틈새가 지금은 화장품 본진의 이익을 흔드는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여기에 회사는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EBD)를 연내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EBD는 고주파, 초음파, 레이저 같은 에너지를 피부 속으로 밀어 넣어 탄력과 리프팅 효과를 내는 장비로, 피부과와 에스테틱숍이 쓰는 전문가용 영역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메디컬 에스테틱은 병의원에서 이뤄지는 미용 시술 시장 전체를 가리킵니다. 이 시장에는 이미 클래시스, 제이시스메디칼, 원텍처럼 고주파와 초음파 장비로 병의원 매대를 다져 온 국내 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죠. 전문가용 장비는 대당 가격대가 가정용과 비교되지 않는 데다, 병의원이 시술 건당 수익을 내는 자리라 장비 한 대가 만들어 내는 매출의 결이 다릅니다. 가정용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그 문을 두드리겠다는 선언인데, 이 선택이 왜 하필 지금 나왔는지를 뜯어봐야 합니다. 홈 디바이스로 벌어들인 현금과 유럽에서 확인한 인지도가 손에 쥐어진 지금이 다음 계단에 발을 올릴 적기라고 판단한 셈입니다.
뷰티 디바이스라는 좁은 틈새에서 시작한 회사가 몸집을 키운 뒤 더 비싼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전형적인 계단 오르기입니다. 다음 계단의 이름이 병의원이라는 점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가정용 매대와 병의원 매대는 파는 방식도, 설득해야 할 상대도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에게는 사용 후기가 설득의 언어지만, 원장에게는 시술 결과와 장비 회전율이 설득의 언어거든요.
인사이트 | 화장품 대신 기기를 판 회사가 왜 이익 1위가 됐을까
숫자를 이익률로 바꿔 보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에이피알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25%인데요. 브랜드 마케팅비와 백화점, 면세, 방문판매 같은 채널 비용을 두껍게 지고 가는 전통 화장품사의 한 자릿수에서 10% 초반대 구조와는 결이 다릅니다. 같은 100원을 팔아도 손에 남는 돈이 두 배 넘게 차이 난다는 뜻이죠. 전통 화장품사는 매출이 늘면 채널에 떼어 주는 몫과 광고비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덩치가 커져도 이익률은 잘 올라가지 않는 구조에 묶여 있습니다. 반면 미용기기는 제조원가 대비 판매가를 높게 잡을 수 있고, 기기를 산 고객이 전용 소모품을 계속 사 주는 면도기와 면도날 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20세기 초 킹 캠프 질레트가 면도기 본체를 싸게 풀고 소모품인 날에서 돈을 번 이래 프린터와 토너, 캡슐 커피머신과 캡슐로 이어져 온 오래된 문법입니다. 즉, 한 번 파는 싸움이 아니라 한 번 팔아 두고 계속 걷는 싸움이라는 의미죠. 기기가 팔린 순간부터 그 집 화장대에 자사 소모품 자리가 하나 생기는 셈이라, 매장 없이도 매대를 확보하는 효과가 납니다. 유럽 매출이 한 해 만에 네 배 넘게 뛴 것도 기기가 앞장서서 문을 열고 화장품이 뒤따라 들어가는 순서가 통했다는 증거입니다. 가격이 높은 물건은 소비자가 오래 들여다보고 사기 때문에 브랜드 이름을 기억에 남기기 좋고, 그 기억이 같은 브랜드의 앰플과 크림으로 옮겨 갑니다.
화장품이 먼저 들어갔다면 매대 한 칸을 놓고 현지 브랜드와 겨뤄야 했을 텐데, 기기는 비교 대상이 적어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서 EBD 진출이 갖는 의미는 카테고리 하나 늘리기가 아니라 성공요인(KSF)의 이동입니다. KSF는 그 시장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쥐어야 하는 결정적 요인을 말합니다. 같은 회사가 같은 기술을 들고 가도, 시장이 바뀌면 이겨야 할 항목 자체가 바뀝니다. 홈 디바이스의 승부처가 디자인과 인플루언서 노출이었다면, 병의원 장비의 승부처는 의료기기 인허가, 임상 근거, 사후 관리망, 그리고 원장을 설득하는 영업 조직입니다. 임상 근거는 논문 한 편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출력과 시술 횟수, 부위별 조건에 따른 결과가 쌓여야 원장이 환자 앞에서 설명할 말이 생기거든요. 장비가 하루 멈추면 그날 예약이 통째로 밀리는 곳이 병의원이라, 수리 인력이 몇 시간 안에 도착하느냐가 구매 결정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문턱이 높은 만큼 한번 넘으면 남이 따라오기 어려운 해자가 됩니다. 유리해지는 쪽은 기기와 소모품을 함께 쥔 사업자, 의료기기 제조 품질 기준을 이미 갖춘 국내 장비사와 핸드피스, 카트리지 같은 부품 공급사입니다. 압박받는 쪽은 크림 한 통으로 탄력을 팔아 온 안티에이징 브랜드와, 장비 원가가 오르는 소형 에스테틱숍입니다. 크림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값을 놓고 시술과 비교당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는 뜻입니다.
시장을 나누는 선이 화장품과 기기 사이가 아니라 근거를 가진 쪽과 이미지를 파는 쪽 사이로 다시 그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병의원 채널은 한번 깔면 잘 바뀌지 않는 시장이라 선점의 값이 큽니다. 원장 입장에서 손에 익은 장비를 바꾸려면 시술 프로토콜을 다시 짜고 직원 교육도 새로 해야 하니, 웬만해서는 쓰던 장비를 계속 쓰게 되거든요. 시간이 곧 장벽인 시장입니다.
취업 TIP | 의료기기로 넘어가는 뷰티 회사가 원하는 사람
카테고리가 화장품에서 의료기기로 넘어가면 회사가 뽑고 싶은 사람의 얼굴도 바뀝니다. 이 국면에서 에이피알 같은 회사가 찾는 인물상은 감각 좋은 마케터가 아니라 규격이 있는 판에서 일을 굴려 본 사람입니다. 의료기기는 광고 문구 하나도 심의를 거쳐야 하고, 제품 등급에 따라 허가 절차와 임상 요구가 달라지며, 유럽에 팔려면 현지 의료기기 규정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면접관은 지원자가 규제를 걸림돌로 보는지 무기로 보는지를 봅니다. 규제를 아는 사람은 일정표를 그릴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은 출시일을 약속했다가 어기게 되거든요. 그렇게 보이려면 근거가 필요하죠.
자소서에서 흔히 보는 나쁜 예는 이렇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의료기기 시장 진출에 기여하겠습니다." 이 문장에는 지원자가 없습니다. 도전과 열정이라는 단어를 빼고 나면 남는 사실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예는 이런 식입니다. "학부 실험실에서 6개월간 같은 조건을 반복 재현하는 실험을 맡아 온도와 시간을 매일 기록했고, 조건이 어긋난 날의 데이터를 따로 걸러 둔 덕분에 최종 보고서에서 오차의 원인을 짚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학교 실험실에서 프로토콜을 지켜 데이터를 남긴 경험, 식품이나 의료 관련 아르바이트에서 표준 절차를 따랐던 경험, 공모전에서 인증 요건 때문에 기획을 통째로 갈아엎은 경험이 모두 재료가 됩니다.
여기에 결과보다 과정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보여 주면 신뢰가 붙습니다. 의료기기 조직에서는 결과를 만든 사람보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오래 갑니다. 준비는 네 가지로 좁히면 됩니다. 첫째, 식약처 의료기기 등급 분류에서 고주파와 초음파 미용기기가 몇 등급으로 잡히는지 확인해 두세요. 등급을 알면 허가에 걸리는 기간과 필요한 자료의 무게가 함께 보입니다. 둘째, 회사가 이미 파는 홈 디바이스와 앞으로 낼 전문가용 장비의 판매 채널이 어떻게 다른지 한 문장으로 정리해 둘 것. 셋째, 지원 직무를 품질보증, 인허가, 병의원 영업 중 하나로 못 박고 그 직무의 첫해 업무를 말할 수 있게 만들어 두세요.
품질보증이라면 공정 기록을 확인하고 부적합 보고서를 정리하는 일부터, 인허가라면 기술문서의 빈 항목을 자료로 채우는 일부터, 병의원 영업이라면 선배를 따라 원장을 만나 시연 일정을 잡는 일부터 시작한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넷째, 왜 지금 EBD냐는 질문에 시장 진입 시점과 규제 준비 상태로 답하는 연습을 해 두시고요. 규제 준비 상태를 말할 때는 국내 허가와 해외 인증을 나눠서 언급해야 답이 흐려지지 않습니다. 예상 질문 하나만 미리 풀어 두면 좋습니다. 기존 홈 디바이스 고객이 전문가용 시술로 옮겨 가면 자기 시장을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해 보세요.
"가정용 기기는 소모품을 사서 매일 이어 가는 관리이고 병의원 시술은 목돈을 들여 몇 달에 한 번 받는 선택이라, 사용 주기와 가격대가 달라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같은 고객의 다른 시점을 나눠 갖습니다." 이렇게 답하면 두 사업이 서로 잡아먹는 관계가 아니라는 논리를 지원자가 스스로 세운 게 됩니다. 여기에 회사의 유럽 매출 비중을 근거로 한 문장만 덧붙이면 답이 단단해집니다. 재료는 공개 자료에 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