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Insight] 8월 5주차 방산조선항공우주 뉴스클리핑 20선 및 상위 1% 해석 (팟캐스트 포함)
1. [조선/수주] HD현대중공업, 초대형 LPG운반선 4척 5154억원 수주 (출처: 디지털타임스)
요약·분석
HD한국조선해양이 오세아니아에 있는 선사와 초대형 LPG운반선 4척을 5154억원에 짓기로 계약하고 2030년 1분기까지 넘기겠다고 밝혔습니다. LPG운반선은 액화석유가스를 영하 42도 안팎까지 식혀 액체로 만든 뒤 실어 나르는 배인데요. 기체 상태 그대로는 부피가 너무 커서 배에 실을 수 없기 때문에 온도를 낮춰 부피를 줄이는 과정이 반드시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화물을 차갑게 유지하는 특수 화물창과, 항해 중 자연히 증발한 가스를 다시 액체로 되돌리는 재액화 설비가 함께 들어가고, 일반 벌크선보다 척당 단가와 기술 난도가 확연히 높은 선종입니다. 쇳덩어리를 실어 나르는 배가 큰 그릇 하나라면, 가스선은 그릇 안에 냉장고와 압축기를 통째로 넣어 둔 배라고 보면 됩니다.
이번 계약을 더해 올해 누적 수주는 162척, 180억8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조원이 됐습니다. 한 해 국방예산의 3분의 1을 웃도는 금액을 배를 팔아 여덟 달 만에 채운 셈이죠. 연간 목표인 233억1000만달러의 77.6%를 8월에 이미 채웠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은 척수가 아니라 무엇을 골라 담았는가라는 조합입니다. 값싼 배를 쓸어 담아 숫자를 불리는 대신 LPG, LNG, 암모니아 같은 가스운반선 위주로 골라 받는 기조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암모니아 운반선이 이 목록에 함께 들어온 것도 눈여겨볼 대목인데요. 태울 때 이산화탄소를 내놓지 않는 연료 후보로 암모니아가 거론되면서, 아직 물동량이 크지 않은데도 미리 배부터 확보하려는 선사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셰일 개발로 프로판 물량이 늘면서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긴 항로가 굵어졌고, 그 길을 감당할 큰 배를 찾는 선사가 함께 늘었다는 사정도 뒤에 깔려 있습니다. 조선소가 실제로 파는 상품은 배가 아니라 도크와 인력이 만들어 내는 건조 시간, 곧 슬롯이거든요. 그 슬롯이 2030년까지 대부분 차 있는 상황에서는 빈칸 하나를 어떤 배로 채우느냐가 그대로 마진이 됩니다. 즉 지금 조선소의 진짜 의사결정은 영업이 아니라 슬롯 배분이라는 의미입니다. 어느 배를 받을지 고르는 순간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었던 다른 배를 포기하는 것이니, 계약 하나를 맺을 때마다 놓친 기회의 값까지 함께 계산해야 하죠.
2020년 카타르 국영 에너지 회사가 국내 대형 조선사들과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미리 예약하는 협정을 맺었던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릅니다. 배의 사양을 확정하기도 전에 자리부터 잡아 둔 거래였으니까요. 인도 시점을 2030년으로 길게 잡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배값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몫이 20% 안팎에 이르는 만큼, 지금 계약한 가격에 4년 뒤의 후판 가격과 인건비 상승분을 미리 얹어 둘 수 있어야 손에 남는 것이 생기기 때문이죠. 수주 잔고가 두툼하다는 말은 앞으로 벌 돈이 정해졌다는 뜻이자, 그 돈의 크기를 바꿀 기회가 지금 이 순간의 계약서에만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목표의 77.6%를 여름에 채운 회사가 남은 넉 달 동안 무엇을 골라 담을까요. 그 선택이 향후 3년 손익의 밑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남은 넉 달은 목표를 채우는 기간이 아니라 이익률을 정하는 기간인 셈이죠.
인사이트 | 이제 조선소는 배가 아니라 '도크 슬롯'을 팝니다
수주 실적을 척수로만 읽으면 이 계약의 의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조선 대형 3사의 도크는 2028년에서 2030년 구간까지 대부분 예약이 끝난 상태라, 지금 들어오는 주문은 새로 버는 매출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시간표의 빈칸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르는 문제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객실이 거의 다 찬 호텔이 남은 방 하나를 누구에게 내줄지 고르는 상황과 비슷하죠. 빈방이 많을 때는 손님을 가릴 수 없지만, 방이 귀해지면 값을 매기는 쪽이 바뀝니다. 물량을 얼마나 받았는지가 아니라 그 물량이 도크를 얼마나 값지게 쓰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구조에서 승부는 두 가지에서 갈립니다.
하나는 선종별 부가가치입니다. 가스운반선은 화물창 라이선스와 극저온 용접, 재액화 설비 통합 같은 진입장벽이 있어 중국 조선소가 아직 완전히 따라오지 못한 영역이고, 그만큼 척당 마진이 두껍습니다. 화물창 설계 기술은 프랑스 GTT 같은 회사가 라이선스를 쥐고 있어 돈이 있다고 아무나 지을 수 있는 배도 아닙니다. 영하 160도를 견디는 용접은 사람이 배우는 데만 몇 년이 걸리고, 그 인력을 갖춘 조선소가 세계에 몇 곳 되지 않습니다. 중국 조선소도 2000년대 후반부터 LNG운반선 건조에 뛰어들어 실적을 쌓아 왔지만, 아직은 물량과 납기 신뢰에서 격차가 남아 있는 상태죠.
다른 하나는 인도 시점입니다. 2030년 인도 계약은 후판 가격과 임금, 환율이 크게 흔들려도 견딜 가격 쿠션을 미리 확보해 둔 것입니다. 그래서 유리해지는 쪽은 가스선 설계와 시운전 경험을 쌓아 온 대형 3사, 그리고 카고 핸들링 펌프와 극저온 밸브, 재액화 패키지를 대는 기자재사입니다. 압박받는 쪽은 슬롯이 남아 저마진 선종으로 빈칸을 메워야 하는 중형 조선소와, 대형사 물량 흐름에 맞춰 설비를 늘렸다가 선종이 바뀌면 일감이 끊기는 블록 협력사죠. 결국 이 산업의 핵심 성공 요인은 수주량 경쟁에서 슬롯 수익성 관리로 옮겨 갔습니다. 얼마나 많이 받았느냐를 자랑하던 시기가 지나고, 받은 것을 어떤 순서로 도크에 앉히느냐가 성적표를 만드는 시기로 들어섰습니다.
2차 파급도 분명합니다. 가스선 비중이 높아질수록 조선소는 용접과 배관 쪽 숙련 인력을 더 오래 붙잡아야 하고, 그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다시 고부가 선종을 골라야 하는 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수주가 몰리던 시기에 국내 조선소들이 현장 인력을 채우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 절차를 서둘러 넓혔던 일도 같은 문제의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배를 받아 놓고도 만들 사람이 없으면 그 계약은 이익이 아니라 부담이 되니까요. 여기에 암모니아 운반선처럼 아직 운항 실적이 얇은 선종까지 들어오면, 설계와 시운전 인력을 미리 길러 둔 회사만 그 주문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물량을 채우는 회사와 마진을 지키는 회사가 갈라지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기자재사 쪽에서도 같은 선이 그어집니다. 극저온 밸브나 화물 펌프처럼 국산화가 늦었던 품목을 붙잡고 개발을 이어 온 회사는 가스선 물량이 늘수록 납품 기회가 커지지만, 범용 부품만 대던 회사는 선종이 바뀌어도 얻는 것이 없거든요. 결국 지금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사람이 3년 뒤 회사의 이익률을 미리 정하고 있는 셈이고, 영업 조직의 무게중심도 물량에서 선별로 넘어갔습니다.
취업 TIP | '수주잔고'와 '슬롯'을 면접 전에 구분해 둬야 합니다
이 흐름을 면접장에서 말하려면 조선업 특유의 용어부터 정리해 둬야 합니다. 수주잔고는 계약은 맺었지만 아직 인도하지 않은 일감의 총액이고, 슬롯은 그 일감을 실제로 만들어 낼 도크와 기간을 뜻합니다. 잔고가 두툼해도 슬롯 배분이 틀어지면 이익이 안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죠. 통장에 찍힌 금액과 그 돈을 벌기 위해 써야 할 시간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헤비테일은 선박 대금을 계약 시점에 적게 받고 인도 시점에 몰아 받는 결제 방식으로, 조선사 현금흐름이 인도 시기에 쏠리는 원인입니다. 계약할 때 20% 남짓만 받고 나머지를 인도할 때 받는다면, 그 사이 몇 년간 후판값과 인건비를 회사가 먼저 대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함께 알아 둘 것이 선수금환급보증입니다. 조선사가 배를 못 넘길 때 은행이 선주에게 받은 돈을 대신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보증인데, 이 보증서가 나오지 않으면 계약이 성립하지 않을 만큼 중요합니다. 선종 약어도 함께 외워야 합니다. VLGC는 8만입방미터급 초대형 LPG운반선, VLAC는 같은 크기의 암모니아 운반선, LNGC는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입니다. 여기에 표준 선박 가격을 지수로 만든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를 붙이면 업황 설명의 뼈대가 완성됩니다. 국제해사기구가 정한 온실가스 규제 지표들도 한 줄씩 정리해 두면 좋은데요. 오래된 배를 서둘러 바꾸게 만드는 힘이 이 규제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준비는 이렇게 하면 됩니다. 자료를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고, 회사가 이미 공개해 둔 문서 세 종류면 충분합니다. HD한국조선해양 IR 자료에서 최근 3년 선종별 수주 구성을 뽑아 가스선 비중 변화를 직접 계산해 보고, 클락슨 신조선가지수 주간 수치를 한 달만 기록해 추세를 눈에 익히세요. 표 한 장을 손으로 채워 보면 기사 열 개를 읽는 것보다 남는 것이 많습니다. 여기에 사업보고서의 원재료 항목에서 후판 매입 단가 추이를 같이 옮겨 적으면 원가와 선가를 한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한 장에 겹쳐 놓으면 배값은 올랐는데 이익은 왜 늦게 오르는지, 반대로 배값이 꺾여도 몇 년간은 왜 이익이 유지되는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조선업의 시차를 몸으로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선박영업이나 견적, 초기설계 직무에 지원한다면 이 세 가지 자료를 근거로 왜 지금 가스선인가를 스스로 설명하는 문장을 만들어 두면 됩니다. 예상 질문 하나를 미리 풀어 두면 좋은데요. 수주가 줄었는데 왜 이익은 늘었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하면 됩니다. "척수는 줄었지만 가스선 비중이 올라가면서 슬롯 한 칸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업황이 좋아서 다 같이 잘된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면 준비하지 않은 지원자로 읽힙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좋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보겠느냐는 꼬리 질문에는 "남은 슬롯이 어떤 선종으로 채워지는지와 후판 계약 단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함께 보겠습니다"라고 답하면 앞의 답변과 하나로 이어집니다.
면접에서 조선업 업황을 아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값이 좋다는 말 대신 이 구조를 꺼내면, 용어만 외운 지원자와 산업을 읽은 지원자가 바로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