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Insight] 8월 5주차 패션뷰티 뉴스클리핑 20선 및 상위 1% 해석 (팟캐스트 포함)
1. [M&A/뷰티글로벌] LG생활건강, 美 자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 전량 매각…북미 K-뷰티·웰니스 중심 재편 (출처: 헤럴드경제)
요약·분석
LG생활건강의 북미법인 LG H&H USA가 더 에이본 컴퍼니 지분 100%를 스트랫포드 월드와이드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처분금액은 600만달러, 원화로 약 84억원이고 거래 종결 예정일은 9월 1일입니다. 들어간 돈부터 따라가 보죠. 2019년 약 1,450억원을 들여 사들인 뒤 2024년 유상증자로 약 861억원, 이번 출자전환으로 약 2,863억원을 더 부어 누적 5,170억원가량이 들어간 사업을 처음 인수가의 6% 남짓한 값에 정리한 셈입니다. 국내 중견 화장품 회사 한 곳을 통째로 사고도 남을 돈이 북미에서 녹아내린 것이죠. 출자전환은 모회사가 자회사에 빌려준 돈을 지분으로 바꿔 부채를 지워주는 처리인데요.
파는 쪽에서 보면 매물의 몸을 가볍게 만들어 넘기기 위한 마지막 정리 작업입니다. 빚이 남아 있는 집은 아무도 사려 하지 않으니 빚을 지운 뒤에야 열쇠를 건넬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에이본은 2024년 순손실 301억원에 완전자본잠식, 즉 밑천으로 넣은 자본금까지 손실로 다 까먹은 상태였습니다. 돌이켜보면 2024년의 유상증자도 회복을 위한 투자라기보다 숨을 붙여 두기 위한 수혈에 가까웠습니다. 인수 당시 에이본은 미국 안팎에 촘촘한 판매원 조직을 거느린 브랜드였습니다. 1886년 미국에서 출발해 백 년 넘게 이웃이 이웃에게 카탈로그를 건네며 화장품을 권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운 회사였으니, LG생활건강이 이 조직을 자사 제품이 미국 가정으로 들어가는 다리로 쓰겠다고 본 판단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었습니다.
에이본이라는 이름은 그만큼 세계 곳곳에서 값이 매겨지던 자산이었고, 2020년에는 브라질 나투라가 에이본의 본사 사업을 품에 안기도 했습니다. 2019년이라는 시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중국 의존을 줄이고 북미로 눈을 돌리자는 논의가 업계 전체에서 오가던 무렵이라, 미국 안방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한 번에 확보한다는 그림은 당시로서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지나며 대면 판매가 쥐고 있던 자리는 온라인 후기와 라이브 방송이 가져갔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일 자체가 막혔던 시기를 지나는 동안, 얼굴을 맞대고 발라 보게 하던 설득이 낯선 사람의 별점과 짧은 영상으로 바뀐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화장품 방문판매 조직이 같은 시기에 급격히 얇아졌으니 미국만의 사정은 아니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앞으로 두피 케어의 닥터그루트, 수분 크림의 빌리프, 더모 코스메틱 CNP 같은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북미 리테일과 디지털 채널을 넓히겠다고 밝혔습니다. 통로를 통째로 사들이는 전략에서 그 통로에 얹어 팔 물건을 키우는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인데, 이 선회가 왜 하필 지금이었는지가 남은 질문입니다. 매각 대금 600만달러는 회수라기보다 해마다 새는 손실의 고리를 끊는 값에 가깝습니다. 즉 여기서 더 버틸 것인가 끊을 것인가를 두고 끊는 쪽을 고른 결정이며, 북미에서 무엇으로 다시 싸울지를 정한 것이기도 합니다.
사는 쪽 입장에서 보면 손실이 정리되고 몸이 가벼워진 브랜드와 판매망을 낮은 값에 가져가는 거래이니, 같은 자산이라도 누구의 장부에 올라가느냐에 따라 값이 이렇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결정의 무게는 숫자보다 방향에 있습니다.
인사이트 | 유통망을 샀던 회사가 왜 브랜드만 남기고 떠났을까
5,170억원을 넣고 84억원을 회수한 거래를 실패담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2019년의 셈법은 명확했습니다. 미국 가정에 이미 깔린 방문판매망과 고객 명단을 사면 자사 브랜드가 그 통로를 타고 흘러 들어갈 것이라는 계산이었죠. 남이 수십 년에 걸쳐 깔아 놓은 도로를 사면 내 차를 그 위에 바로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통로의 값이 무너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는 점입니다. 미국 뷰티 소비의 무게중심이 아마존과 소셜 커머스, 매스 리테일러의 자체 뷰티 매대로 옮겨가면서 판매원의 설명력과 신뢰라는 자산이 알고리즘 추천과 인플루언서 후기로 대체됐습니다.
예전에는 옆집 언니가 발라 보라고 건네는 손이 가장 강한 광고였는데, 지금은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남긴 별점 수천 개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밸류체인에서 채널이 쥐고 있던 협상력이 콘텐츠와 브랜드 쪽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여기에 원가 구조라는 짐도 얹힙니다. 전국에 흩어진 판매 조직은 매출이 줄어도 유지비가 그대로 나가는 구조라 매출이 빠지는 만큼 손실이 계단식으로 굳습니다. 승객이 줄어도 배차는 그대로 돌려야 하는 버스 노선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릅니다. 게다가 판매원이 줄면 남은 판매원의 실적도 함께 흔들려 이탈이 이탈을 부르는 구간에 들어서죠. 여기서 승자와 패자가 갈립니다.
브랜드 서사와 처방 경쟁력을 가진 K뷰티 인디, 그 뒤에서 소량 다품종을 받아내는 ODM, 자체 뷰티 플랫폼을 키우는 미국 대형 유통이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채널을 사서 규모를 만들려던 대기업식 해외 인수 문법, 방문판매 조직에 얹혀 있는 사업부는 압박을 받습니다. 해외 진출의 순서 자체가 뒤집혔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예전에는 현지 유통을 사서 규모를 만들고 그 위에 브랜드를 태웠다면, 이제는 브랜드가 먼저 팬을 모으고 유통이 그 브랜드를 모셔가는 판입니다. 실제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인디 브랜드가 해외 소셜에서 먼저 회자된 뒤 현지 유통의 연락을 받는 사례가 최근 몇 해 사이 부쩍 늘었는데, 예전 문법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순서죠.
그래서 해외 진출의 형태도 함께 달라집니다. 통로를 통째로 사서 고정비를 떠안는 방식 대신, 현지 유통과 판매 계약을 맺거나 온라인에서 먼저 반응을 확인한 뒤 매대를 늘리는 가벼운 방식이 늘어납니다. 잘못 골랐을 때 되돌리는 비용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용의 성격도 함께 바뀝니다. 판매원 조직은 사람을 붙잡아 두는 데 돈이 들지만 콘텐츠와 브랜드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돈이 듭니다. 앞의 비용은 줄이기 어렵고 뒤의 비용은 반응을 보고 조절할 수 있으니, 매출이 흔들릴 때 회사가 버티는 힘 자체가 다릅니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인수 문법이 조용히 바뀌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매각은 북미에서 통로를 소유하는 값이 브랜드를 키우는 값보다 비싸졌다는 신호입니다. 앞으로 이 회사의 북미 성과는 인수 규모가 아니라 브랜드별 매대 확보 속도로 평가받게 됩니다. 판이 바뀌면 이기는 방법도 함께 바뀐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번 일은 한 회사의 손실 기록이 아니라 북미 뷰티 시장의 힘이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보여주는 좌표에 가깝습니다.
취업 TIP | LG생활건강 지원자라면 사업부 지도부터 그려야 합니다
이런 매각 뉴스는 자소서에서 회사를 얼마나 아는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재료입니다. 많은 지원자가 LG생활건강을 화장품 회사로만 적는데, 이 회사는 뷰티, 홈케어와 데일리뷰티를 묶은 HDB, 코카콜라음료를 포함한 리프레시먼트라는 세 개의 축으로 굴러갑니다. 세 축은 매출 비중도 다르고 경기 흐름을 타는 방식도 다르죠. 화장품은 경기와 여행 수요에 민감하게 흔들리지만 생활용품과 음료는 날씨와 계절을 더 크게 탑니다. 여기에 북미 전략이 통로 인수에서 브랜드 육성으로 바뀐 사실을 얹으면 문장이 달라집니다. 닥터그루트는 두피 케어, 빌리프는 수분 크림, CNP는 피부과 처방을 표방하는 더모 코스메틱이라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를 맡고 있고 겨냥하는 미국 채널도 다릅니다.
이걸 아는 지원자는 북미 사업을 하고 싶다가 아니라 아마존과 매스 리테일 매대에서 CNP의 진입 각도를 짜는 일을 하고 싶다고 쓸 수 있습니다. 나쁜 예는 이렇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좋은 예는 이렇게 바뀝니다. "북미에서 통로를 사는 전략이 브랜드를 키우는 전략으로 바뀐 만큼, 더모 카테고리인 CNP가 미국 매스 채널에서 어느 가격대에 서야 하는지를 리뷰 데이터로 제안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두 문장의 차이는 열의가 아니라 아는 것의 양에서 나옵니다. 면접에서 이번 매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잘했다 못했다로 답하지 말고 자원을 어디에 다시 배치하는가로 답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판매 조직을 유지하던 고정비를 브랜드 마케팅비로 옮기는 결정으로 읽었습니다" 정도면 충분하고, 여기에 세 브랜드 중 하나의 이름을 붙이면 답변이 단단해집니다. 세 축 가운데 어디에서 일하고 싶으냐는 질문도 자주 나오는데, 이때는 축의 이름만 대지 말고 그 축의 성장 방식이 자신의 강점과 어디서 만나는지 한 문장으로 이어 붙이면 됩니다. 준비는 세 가지로 좁힙니다. 반기보고서에서 사업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을 뽑아 세 축의 크기를 외워둘 것, 실적 발표 자료에서 해외 매출 비중과 북미 관련 문장을 찾아 정리할 것, 아마존 미국 사이트에서 세 브랜드의 가격대와 리뷰 수를 직접 확인해 어느 브랜드가 이미 자리를 잡았는지 숫자로 말할 수 있게 만들 것.
이 세 가지면 회사 이해도를 증명하는 문단 하나는 확보됩니다. 여기에 국내 채널 구성까지 한 줄 얹으면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방문판매와 면세, 디지털의 매출 비중이 두 개 연도 사이에 어떻게 움직였는지만 비교해도 회사가 어디에 힘을 싣는지 보입니다. 이런 준비는 지원 직무를 가리지 않습니다. 마케팅 지원자라면 브랜드별 미국 리뷰의 불만 항목을 세어 보고, 영업 지원자라면 매대에 들어간 경쟁 브랜드의 가격대를 적어 두면 같은 자료가 서로 다른 무기가 됩니다. 자소서를 쓰기 전에 회사의 사업 구조를 한 장으로 그려 보는 습관도 권합니다. 세 축 아래에 대표 브랜드와 주요 채널을 적어 두면, 어떤 문항이 나와도 그 지도 위에서 답을 고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두 시간이면 표 한 장이 나옵니다. 회사 이해도는 이런 디테일에서 갈립니다. 지도를 그려 본 지원자는 면접에서 길을 잃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