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Insight] 9월 1주차 방산조선항공우주 뉴스클리핑 20선 및 상위 1% 해석 (팟캐스트 포함)
1. [방산/수출-유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크로아티아에 다연장로켓 '천무' 수출 임박 (출처: 머니투데이)
요약·분석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크로아티아와 4억3520만유로, 우리 돈으로 약 6876억원 규모의 다연장로켓 천무 수출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다연장로켓은 한 대의 발사대에서 여러 발의 로켓을 연달아 쏴 넓은 구역을 한꺼번에 제압하는 화력 장비를 뜻하는데요. 견인포 한 문이 목표 하나를 정확히 때리는 방식이라면, 다연장로켓은 축구장 여러 개 넓이를 몇 초 만에 덮어 버리는 쪽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발사대 한 문이 로켓을 쏟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고, 여러 문이 같은 좌표를 향해 동시에 사격하면 상대 진지는 대응할 틈을 잃습니다. 크로아티아 일간지 유타르니 리스트가 전한 내용을 보면 이번 물량에는 발사대 18문과 유도미사일을 묶은 통합체계가 들어가고, 현지시간 9월 8일 서명이 잡혀 있으며 전체 물량의 85%를 2028년까지 넘기는 일정입니다.
계약이 성사되면 크로아티아는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에 이어 네 번째 유럽 천무 도입국이 됩니다. 크로아티아는 2009년 나토에 가입한 뒤 옛 장비를 걷어 내고 서방 규격으로 군을 다시 짜 왔는데, 화력 분야는 그 작업이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던 자리입니다. 이번 물량에 발사대만이 아니라 유도미사일까지 묶인 통합체계가 들어간 것도 그래서인데요. 발사대 한 대를 사는 일과 발사대에 쏠 탄까지 함께 사는 일은 계약의 무게가 다릅니다. 천무는 하나의 발사대에서 구경이 다른 여러 종류의 로켓과 유도탄을 골라 쏠 수 있게 만들어져, 표적의 성격에 따라 탄을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운용합니다.
도입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미국산 하이마스의 극심한 납기 지연이죠. 하이마스는 차량에 얹어 빠르게 치고 빠지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고기동 다연장로켓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름값을 크게 올린 장비입니다. 그런데 명성이 커진 만큼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계약을 맺고도 실물을 받기까지 여러 해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굳어졌습니다. 2021년 세계를 흔든 차량용 반도체 대란을 떠올려 보면 감이 잡히실 텐데요. 그때도 완성차 회사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순번을 기다리느라 공장을 세웠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한꺼번에 재무장에 나서면서 화력 장비 시장에도 비슷한 줄서기가 생겼습니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 위협에 맞설 화력을 당장 손에 쥐어야 하는데 미국 생산라인 앞줄은 이미 길게 늘어섰고, 그 빈자리를 한국 장비가 채우고 있는 구도입니다. 즉 카탈로그에 적힌 성능 수치가 아니라 언제 실물을 받느냐가 계약의 실제 승부처로 옮겨왔다는 의미입니다. 발사대 18문이라는 규모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포병 대대 하나를 꾸리는 정도이니 나라 전체의 화력을 뒤바꿀 물량은 아니죠. 그럼에도 서명 한 번이 유럽 표준 진입의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한 나라가 발사대를 들이면 그 뒤로 유도탄과 정비 장비, 교육 훈련 체계까지 같은 규격으로 따라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납기 우위는 언제까지 한국의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폴란드가 2022년 첫 계약을 튼 뒤 불과 몇 해 만에 도입국이 넷으로 늘어난 속도 역시 이 질문을 무겁게 만듭니다. 계약 한 건이 아니라 순서를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사이트 | 납기가 곧 무기가 됐다, 천무가 유럽을 파고든 이유
유럽 방산 조달에서 핵심성공요인, 즉 계약을 따내는 결정적 조건이 성능에서 납기와 생산능력으로 옮겨갔습니다. 핵심성공요인은 그 시장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조건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이 조건이 바뀌는 순간 어제까지 앞서 있던 회사가 갑자기 뒤처지기도 합니다. 하이마스를 만드는 록히드마틴은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라인이 부족합니다. 미국 방산은 한 대 값이 비싼 장비를 적은 수량으로 오래 만들어 파는 구조에 익숙해졌고, 냉전 이후 접었던 야전 화력 생산 기반을 다시 펴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실제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이 본격화된 2022년 이후 155밀리 포탄 생산량을 크게 늘리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공장을 다시 세우고 숙련공을 모으는 일은 발표만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독일 라인메탈이 최근 몇 해 사이 탄약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잇달아 알린 것도 같은 사정을 보여 주는 장면이죠.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을 중심으로 자주포와 다연장로켓을 연속 생산하는 라인을 유지해 왔고, 북한과 대치하는 자국 소요가 라인을 계속 돌려 준 덕에 남는 생산능력을 수출로 돌릴 수 있었습니다. 전체의 85%를 2028년까지 인도한다는 조건은 그 능력을 계약서에 적어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여기서 한 가지 더 봐야 할 것은 생산능력이라는 말의 실체입니다. 라인 하나를 새로 세우는 데에는 설비보다 사람이 오래 걸립니다. 용접과 조립, 시험을 아는 숙련공은 몇 달 만에 길러지지 않고, 아래 협력사까지 함께 살아 있어야 물량이 흐르거든요.
한국이 가진 우위는 공장 건물이 아니라 그 공장을 둘러싼 협력망이 끊기지 않고 굴러왔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유럽이 지금 겪는 어려움도 정확히 여기에 있습니다. 예산은 늘었는데 그 돈을 받아 낼 라인과 사람이 부족하니, 발주서가 곧바로 장비로 바뀌지 않는 것이죠. 이 구도에서 유리해지는 쪽은 한화와 유도탄 추진기관, 탄체, 신관을 대는 국내 협력사입니다. 천무는 발사대 한 대를 팔면 유도탄이 뒤따라 붙는 소모품 사업이라 초기 계약 금액보다 향후 재보급 물량이 더 길게 이어집니다. 면도기를 팔아 두면 면도날이 계속 팔리는 구조와 결이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훈련 한 번에도 로켓은 사라지고, 사라진 만큼 다시 주문이 들어오니까요.
압박받는 쪽은 록히드마틴과 유럽 자국 화력 업체입니다. 한 번 한국 발사대와 탄약 규격이 들어간 나라는 후속 보급과 정비 체계까지 묶이기 때문에, 이번 계약은 물량 싸움이 아니라 표준을 심는 싸움입니다. 유럽 안에 한국식 화력 생태계가 한 칸씩 넓어지는 과정이죠. 다만 이 우위가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미국과 유럽도 라인을 늘리는 중이라 몇 해가 지나면 대기 줄은 짧아집니다. 그때 한화가 쥐고 있어야 할 무기는 납기가 아니라 유도탄 사거리와 정밀도, 그리고 현지에서 고장 난 장비를 며칠 안에 되살려 주는 정비망입니다. 무기는 사는 순간보다 쓰는 기간이 훨씬 길고, 그 기간을 함께 책임지는 회사가 다음 계약도 가져가거든요.
즉 지금의 유럽 계약은 매출이 아니라 다음 경쟁의 입장권을 사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깔아 둔 발사대가 많을수록 다음 규격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심어 둔 규격이 십 년 뒤 재보급 계약서의 첫 줄을 정합니다.
취업 TIP | '방산이 뜬다'는 관심을 지원동기로 바꾸는 법
이 흐름을 취업의 언어로 바꾸면, 지원동기에 쓸 수 있는 재료가 하나 늘어난 셈입니다. 많은 지원자가 자소서에 "방산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산업이라 지원했습니다"라고 쓰는데요. 이런 문장은 회사 이름만 바꿔도 그대로 쓰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지원동기를 근거 있는 선택으로 바꾸려면 회사가 지금 푸는 문제를 주어로 세워야 합니다. 이번 건에서 회사가 푸는 문제는 아주 명확하죠. 2028년까지 물량의 85%를 넘기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일, 즉 수주를 납기로 바꿔 내는 일입니다. 그러면 지원동기는 "약속한 납기를 지켜 내는 생산관리와 공급망 운영에 참여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바뀝니다.
두 문장의 차이는 정보량이 아니라 시선의 방향입니다. 앞의 문장은 산업을 구경하는 사람의 말이고, 뒤의 문장은 회사 안으로 들어와 일을 나눠 지겠다는 사람의 말이거든요. 준비는 세 가지로 좁힐 수 있습니다. 첫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반기보고서에서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와 매출 인식 방식을 찾아 읽고 수주와 매출 사이의 시차를 숫자로 이해해 두세요. 둘째, 방위사업청 보도자료와 폴란드, 노르웨이 천무 계약 기사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유럽 도입국이 늘어난 순서를 표처럼 머릿속에 넣어 두시기 바랍니다. 셋째, 학부 프로젝트나 인턴에서 일정 지연을 막아 본 경험을 하나 골라 원인과 조치를 숫자로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부품 입고가 늦어 조립이 사흘 밀렸을 때 대체 부품 규격을 미리 확인해 하루로 줄였습니다"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셋이 갖춰지면 지원동기 첫 문장을 회사 과제로 열고 끝 문장을 내 경험으로 닫는 구조가 나옵니다. 노리는 직무도 함께 좁혀 두면 좋은데, 납기를 지키는 일에는 생산관리와 자재구매, 사업관리, 품질보증이 한 팀처럼 붙습니다. 면접에서는 왜 다른 방산 기업이 아니라 우리 회사인지를 반드시 묻는데, 이때 유럽 도입국 순서와 납기 조건을 근거로 답하면 관심의 깊이가 드러납니다. 반대로 천무의 사거리 수치만 외워 가면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으로만 읽히죠.
"천무의 사거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와 "18문을 2028년까지 넘기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궁금했습니다" 사이의 거리가 곧 합격과 탈락의 거리입니다. 면접 답변의 뼈대도 미리 만들어 두면 좋습니다. 예컨대 이렇게 답할 수 있죠. "최근 유럽 계약들의 공통점은 성능보다 인도 시점이 승부를 갈랐다는 점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앞으로 몇 해 동안 풀어야 할 과제는 생산능력과 협력사 관리라고 생각했고, 학부 프로젝트에서 일정 지연을 다뤄 본 경험을 그 자리에서 쓰고 싶습니다." 여기에 한 줄만 덧붙이면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좋은 소식만 말하지 말고, 유럽 각국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짚어 보세요.
회사 편만 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업의 앞뒤를 함께 보는 사람으로 읽힙니다. 회사가 파는 것은 장비가 아니라 약속한 날짜에 장비를 세워 두는 능력이라는 점을 오늘부터 머릿속에 심어 두시기 바랍니다. 준비의 순서는 회사 과제 파악, 숫자 확인, 내 경험 정리입니다. 이 셋을 이번 주에 한 번씩만 거쳐 두면, 지원동기 문단은 마감 직전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